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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PG 백업

츠바조커 - 타생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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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생회상 - w.by 아이리아 님

 

KPC : 피닉스 (아카이 츠바사) - 젠이온

 

PC : 조커 (잭 존스) - 하프 님

 

 

 

조커를 맡으신 하프 님께서 그려주셨습니다!

 

 

 

-

 

 

아래부터는 CoC 시나리오 '타생회상'의 플레이 로그가 이어집니다.

스포일러에 민감한 분들, 플레이 예정이 있으신 분은 열람을 다시 생각해주세요.

 

 

-

 

 

 

 

 

 

아아
 
준비 되셨나요?
 
- Start -
 
당신은 바람소리에 잠에서 깼습니다.
 
지금이 몇 시죠?
 
잠에 든지 얼마 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오늘은 예고도 없었으니까요. 새벽 쯤이려나요?
 
방 안은 어쩐지 한기가 가득한 것 같습니다.
 
분명 창문은 잘 닫고 잤을 텐데 말이에요.
 
잠을 방해하는 바람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리면...
 
열린 창문에 걸터앉아있는 달빛을 등진 츠바사가 보입니다
 
분명 익숙할 터인 모습인데, 어째서인지 위화감이 듭니다.
 
하긴, 애인이 이런 새벽에 갑자기 찾아왔으니 충분히 이상하다 느낄 수도 있죠.
 
그래도 무언가 이상한 기분이 듭니다.
 
꼭 자신이 알던 그가 아닌 것만 같은 느낌...
 
츠바사의 얼굴을 덮고 있는 반투명한 검은 베일 때문에, 더욱 그런 느낌이 드는 걸지도 모릅니다.
 
어쩐지 낯선 느낌이 드는 츠바사, 이어서 들려오는 낯익은 목소리
 
그리고 문득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
 
피닉스:안녕, 조커. 아니, 잭 존스. 오늘 죽게 될 너를 데리러 왔어.
 
...
 
조커:...뭐야?
 
저승사자는 당신이 가장 사랑한 사람의 얼굴로 온다고 했던가요.
 
불길한 예감이 몸을 타고 올라옵니다.
 
SANc 0/1
 
조커:
SA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58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 감소 없음.
 
조커:...(눈 동그랗게 뜨곤 너 가만히 바라보더니, 믿기지 않는다는 투로 말합니다.) 하품쟁이? 네가 왜 여기에....
그보다, 내가 죽었다니. 무슨 말이야?
 
피닉스:(잠자코 있다가 목소리를 높여) 아하, 너는 이 사람을 그렇게 부르는 구나. 있지, 저승사자는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로 온다는 말 알아? 나는 너를 데리러 왔어.
 
조커:너, 뜬금없게 뭐라는 거야. 내가 널 하품쟁이라 불러온 날이 몇 년이야? (채 딴지를 제대로 걸기도 전에, 그 뒤로 이어지는 네 말을 잠시 곱씹는 듯 멍하니.) ......뭐?
너.... 저승사자야?
에이~ 그런 게 있겠냐! 장난 치지 마시지. 하나도 재미없거든~?!
 
피닉스:장난이라면 좋겠지만 말이지. 맞아, 난 인간들이 말하는 저승사자랑 비슷한 거야. 오늘 죽을 너를, 너를 필요로하는 세계로 데려가기 위해서 왔어.
 
조커:.........그래! 난데없이 이상한 말 지껄이는 거 보니, 네가 하품쟁이가 아니라는 건 알겠다. (물론 그 녀석도 평소에 이상한 말 많이 하는 건 맞지만.... 쨌든.) 뭔가 오해하나 본데, 내가 순순히 따라갈 것 같아서 하는 말이야? 날 필요로 하는 세계든, 뭐든. 안 갈 거거든?! (코웃음;) 더군다나 애인 짭퉁이랑 동반하라는데 가겠냐. 기분 더럽게.
........(이쯤되니 궁금해진다.) 진짜 하품쟁이는 어디 있어?
 
피닉스:으음... 이 얼굴이라면 따라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죽음을 앞둔 인간은 생각보다 강하구나~. 하지만 내가 여기 도착한 이상, 너에겐 달리 방법이 없어. 순순히 따라오는 수밖에 없을걸? 그래도 너무 걱정하지마, 네가 그토록 사랑하는 애인도, 소중히 여기는 가족도, 지금쯤이면 태평하게 잠이나 자고 있을 테니까.
 
조커:새벽이니까... 그치. 걔라면~ 그럴 만도 하지. (괜히 하품쟁이겠냐. 시원히 웃으며 수긍했다간, 머리 한 번 넘기곤 창문에 걸터앉은 네게 성큼성큼 가까이 다가갔다. 눈에 담기는 낯선 복장인 익숙한 사람. 거지같게도, 변장 참 잘 했다. 진짜 하품쟁이 같잖아.... 네 어깨에 손 올리는 듯 싶더니, 이내 꾸우욱 힘주어 눌렀다.) ...그래서, 날 따라오게 하려고 이런 변장을 했단 말이지? 참 괘씸한 저승사자야. 사랑하는 사람 얼굴이라면 좋다고 따라갈 것 같아? 난 말이지, 아직 할 게 많이 남았다고. 너랑 어울려 줄 시간 같은 게 없어. (빠안히...)
그런데 뜬금없이 난 왜 죽었단 거야? 어쩌다가 천하의 괴도 조커가....... 이유라도 물어보자.
 
피닉스:말해줄 수는 없어, 죽음에는 네가 모르는 비밀들이 많이 얽혀있거든. 누군가의 원한을 샀다거나, 평소 행실들이 좋지 못했다거나.
(어깨에 얹힌 손에 힘이 들어가자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러네, 그렇다면 너에게 조금 마음을 정리할 시간을 줄게.
 
이게 대체 전부 무슨 말인 걸까요?
 
이런 갑작스러운 죽음은, 천하의 당신이라도 충격이었을지 모르겠습니다.
 
산치체크 SANc 0/1
 
조커:
SA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92
판정결과: 실패
 
이성 1감소
 
문득, 주변을 둘러보니 이상함이 느껴집니다.
 
분명 당신의 방이지만 무언가가 다릅니다.
 
침대가 원래 이런 디자인이었던가요?
 
책상은 원래 저 색깔이었나요?
 
문은 원래 저 위치였던가요?
 
크게 달라진 건 없지만, 무언가 위화감이 느껴집니다.
 
여긴... 당신의 방이 맞긴 한 걸까요?
 
침대, 책상, 책장, 문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조커:(침대가 바뀌다니............... 아예 다른 방이잖아?)
(침대 먼저 살펴봅니다!!!!!)
 
당신이 늘 잠에 들던 침대인 것 같습니다. 푹신하고 부드럽네요.
 
관찰력 판정
 
조커: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4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침대 머리맡에 메모 카드가 하나 놓여있습니다.
 
조커:(침대를 매의 눈으로 살펴보아 얻은 카드.... 주워 펼쳐봅니다.)
 
분홍색 하트가 그려진 작은 메모카드입니다.
 
카드에는 [ 오늘도 사랑해, 잭 ]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지능 판정
 
조커:(카드보고낯간지러워서던져버림...)
(...)
(다시주움.)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2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건... 츠바사의 말투라는 생각이 듭니다. 글씨체도 낯익습니다.
 
조커:그치. 괴발새발.
....언제 이런 걸 적었대?
(차암ㅋㅋ나. 카드 대충 주섬주섬 챙기고는.... 책상 살펴봅니다.)
 
책상은 언제나 봐왔던 것과 같은 디자인입니다.
 
책상 근처에는 책장이 붙어있고, 책상 위에는 노트들이 어질러져 있습니다.
 
조커:아.... 누가 이렇게 어지럽혔냐. 증말~
노트가 이렇게 많았던가? 글자 평소 쓰지도 않는데... 싸그리 버려야겠네. (하나 펼쳐서 후루룩 읽어봅니다.)
 
당신이 썼던 노트인 것 같습니다.
 
노트를 쓴 기억이 어렴풋이 납니다.
 
관찰력 판정
 
조커: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69
판정결과: 보통 성공
 
노트 한구석에 쓰여진 글을 발견합니다.
 
[ 천국이 진짜로 있을까? ]
 
조커:.............천국. (중얼..)
(내가 이런 걸 왜 적었었지?)
(....그래, 미역국 아직 남아 있을까? 라고 적으려다가 오타 낸 걸 거야.)
(그냥 공책 덮고,,,,,,,,, 책장이나 살펴봅니다.)
 
책상에 붙어있는 책장입니다. 책 몇 권이 꽂혀있습니다.
 
관찰력 판정
 
조커: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100
판정결과: 대실패
아....
(책은 책등도 보기 싫더라. ㅎㅎ.)
 
실수로 책장을 쳐버려서 책이 떨어져 버렸습니다!
 
책이 당신을 향해 우수수 쏟아졌습니다. 아파!
 
조커:(떨어진 책을... 회피합니다.)
 
회피 판정
 
조커:
회피
기준치: 50/25/10
굴림: 77
판정결과: 실패
(아짜증나.)
 
아아... 발을 삐끗해 맞아버리고 말았습니다...
 
조커:아............... 내 국보급 머리가.
(머리 감싸쥐고 책 꼬나봅니다.........)
(거칠게 펼치기!!!!!!)
 
관찰력 판정
 
조커: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4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유난히 많이 읽은 듯, 손때가 타있는 책 한 권이 보입니다.
 
조커:뮈지? 만화책인가?
 
제목은 [ 뇌에 대하여 ]
 
조커:(두근..)
(...)
 
스페이드에게 빌려놓고 보질 않았던 책이죠?
 
책의 한 페이지가 접혀있습니다.
 
조커:아~ 빌렸었지, 맞다.
안 준지 한... 10년 된 듯? (먼지 탁탁 털곤 접힌 페이지 펼쳐보.......)
(기 전에 심호흡. 글자 많으면 바로 덮을 테다.)
 
핸드아웃 공개
 
조커:...엔드로핀? 환각?
것보다 사후세계라니. 그 저승사자랑 관련 있는 건가...
(하... 나중에 땔감으로 써야지. 책 뒤로 던져용.)
다 본 것 같은데, 그냥 나갈까? (방 가로질러 걸어가... 문 손잡이 덥석 잡고 돌립니다.)
 
새하얀 방문입니다. 잠깐, 하얀색..? 문이 하얀색이었던가요?
 
피닉스:응? 조커, 이제 갈 거야?
 
조커:...가긴 어딜 가? 여긴 내 방이니까 나가도 내 집인데. (하얀 방문 보며 기시감 느낍니다...)
 
피닉스:아, 그곳은 이제 우리가 가야할 길과 연결되었거든. 그래서 네 집은 나오지 않을 거야.
(하품) 말하는 걸 잊고 있었네.
 
조커:..........뭐? (............) 어쩐지. 내 방인 것 같지가 않더라!
(납치감금으로고소해야....)
 
피닉스:그렇지? 지금 이곳은 이승과 저승의 경계니까. 그리고 이제 더 볼 것도 없지. 조커, 이만 가야할 시간이야.
 
조커:(주춤...) 진짜 저승 사자는 맞나 보네. 계속 어딜 가자고 그러니까........... (입술 잘근 씹더니.) 그래, 그래. 내가 죽었다 치자. 더 볼 게 왜 없어? 이승에 남겨둔 보물이랑 하품쟁이, 퀸 스페이드 스승님. 나 없으면 매일 울어댈 걸?!
아니.... 젠장. 그냥 혼란스럽잖아. 갑자기 나타나선 내가 죽었대. 근데 왜 죽었는지는 안 알려주고, 어쩌자는 거야. (답답한지 한숨 팍 쉰다. 하치가 걱정하겠네.)
 
피닉스:(너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안타깝지만, 나를 네 영혼을 인도하러 온 것 뿐이라서. 너를 데리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닐 시간도 재주도 없어.
그렇구나, 너희 인간들에게 죽음이란 정말로 괴로운 일인 거구나. (조금 목소리가 떨렸다)
 
조커:뭐.... 난 항상 곧 죽을 것처럼 살긴 했는데... 하하. (뒷머리 긁적.) 그래, 저승사자라는 녀석이 그것도 몰라? 인간들은 보통 죽음을 괴로워해. 뭐, 개똥밭에서 굴러도 이승이 낫대잖아. 저승은 가보고 하는 소린지 모르겠지만~!
 
피닉스:그렇다면 나는, 네가 네 삶이 최대한 만족스러웠길 바랄게. 죽음이 괴롭다면, 너는 지금부터 엄청 괴로운 길을 걷게 될 테니까.
(당신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그럼, 갈까?
 
조커:(뒤를 돌아보았다. 차가운 벽. 분명 제 방이지만 그렇지 않게 느껴지는 어수선함. 그래 - 뒷걸음질을 쳐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면, 그냥 눈 딱 감고 앞으로 나아가자. 그게 나 답고, 혹시 모르지, 저 문을 넘어가면 비로소 깨게 되는 꿈일지도~...) ...그으으으래! 가자. 가보자고. (낚아채듯 네 손 잡고 저벅저벅저벅. 이쪽이 끌고 가다시피 하며 하얀 문짝 벌컥 열어재꼈다.)
 
문 너머에는 어둠이 길게 이어져있고, 멀리서 밝은 빛이 희미하게 보입니다.
 
꼭 어둡고 긴 터널 같다는 느낌을 줍니다.
 
두 사람은 빛을 향해 나아가지만 주변은 발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적막 뿐입니다.
 
이제 어떻게 되는 걸까, 어디로 가는걸까.
 
자신도 모르게 피어오르는 불안감 속에, 츠바사가 먼저 입을 엽니다.
 
피닉스:있지, 네가 사랑한 이 얼굴은, 어떤 사람이었어?
 
조커:어........ (생각치 못한 질문이라는 듯 네 얼굴 빤히 응시하다 고개 돌렸다.)
왜, 더 리얼하게 따라해 보려고? (농조.)
 
피닉스:음... 네가 원한다면? (네가 했던 것처럼 장난스러운 어조로)
나같은 저승사자는 다른 사람과 이렇게밖에 소통할 수 없으니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려준다면 기쁠 것 같아.
 
조커:그렇겠네. 죽는 사람 하나하나 끌고 가려면 고생이 많겠어~ 엄청 따분할 것 같은데. 보석 조달도 아니고 사람 조달이라니!
음, 네가 하고 있는 그 모습은 말야. 문제 내는 게 취미고, 매운 거랑 게임하는 걸 좋아하고, 하품만 해 대는 녀석이랄까. 뭐........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게 맞다면 걔는 죽을 때, 네가 내 모습일까? (큰 사실을 잊은 발언.)
 
피닉스:문제... 매운 거... 아! 그래서 처음에 나한테 하품쟁이라고 했구나? 평소에도 그렇게 부르나봐? 재미있는 사이였네~.
(고개를 끄덕이며 네 말을 듣는다) 그럴지도 모르겠어. 그래, 이 얼굴은 한 사람은 네가 데리러 와주는 건가. 그렇게 생각하면 조금 부러울지도. 너랑 같이 이야기 하는 건 꽤 즐거운 일이거든.
 
조커:맨~날 하품만 하니까 이렇게 안 부를 수가 있어야지! (코 쓱....) 너는 그래도 잠 잘 자는 저승사잔가 보네. 하품 안 하는 하품쟁이라니~ (새삼 신기하단 듯 너 보고.) 하하~! 내가 좀. 나도 네가 말하는 저승이란 데가 따분한 곳이 아니면 좋겠다. 아.... 뭐, 심판이라도 받으려나?
 
피닉스:그러게, 정말 다르네. 아, 그런가. 난 며칠동안 밤을 새본 적도 있는걸. (놀랍지? 라고 말하는 듯한 어조로)
걱정하지마. 따분하지 않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네가 잘 따라와준다면 위협적인 일은 결코 없을 거야.
 
그렇게 어둠을 따라 하염없이 걷다보면, 무언가가 눈 앞에 나타납니다.
 
마치 원래부터 그곳에 있었던 것처럼 존재하는 쇼케이스입니다.
 
긴 쇼케이스는 빛을 따라 길게 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는 맛있는 냄새를 풍기는 음식들이 들어있습니다.
 
전면의 유리가 없어 음식을 꺼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음식 앞에는 모두 음식의 이름이 쓰여진 이름표가 있습니다.
 
카레를 비롯한 여러 가정식부터 과자나 케이크 같은 간식들까지...
 
조커:(!!!) (카레다~!!!!)
 
그래요, 온통 맛있어보이는 음식 뿐입니다.
 
좋은 냄새가 코를 간지럽힙니다.
 
음식은 모두 갓 만든 것처럼 보입니다.
 
피닉스:(태연하게 주위를 둘러보며) 어때? 이건 저승길의 만찬같은 거야.
너를 위해 준비된 음식들이지, 원한다면 마음대로 먹어도 괜찮아. 아, 그러고보니 전부 네가 좋아하는 음식들 아냐?
 
조커:저승길의 만찬?! .........제삿밥을 너무 순화해서 말하네! (어이없단 듯...)
(말 뱉는 입에서는 침 주...르륵.) 아~!! 그래도 날 위해 차려 줬는데 그냥 갈 수야 없지!!! 하하. (팔까지 걷어매고 수저 잡아용;)
 
피닉스:그래? 그럼 다행이네. (그런 너를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다.)
 
여기서, 지능 판정!
 
조커: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52
판정결과: 보통 성공
(역시. 스마트 보이.)
 
어라? 좋아하는 음식이 대부분이지만, 싫어하는 음식도 조금 보이는데...
 
당근이라든가 말이에요. 윽, 입맛이 떨어지는 것 같지 않나요?
 
물론 옆으로 치워놓고 먹는다면 괜찮겠지만 말이죠.
 
아, 이젠 옆에서 잔소리를 해줄 사람도 없네요...
 
조커:(잔소리 들을 때의 생각이 났는지 살짝 의기소침해진 채 당근............... 골라내서 식탁에 치워둔다. 8 모양으로...)
 
피닉스:(네 변화를 감지하고 조심스러운 어조로) ...조커, 괜찮아?
 
조커:(너 똑바로 보곤.) 하치........
소환술식을 내가 만들었어. 빨리 당근한테 빌어! 하치~ 제삿밥은 매년 카레인 거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카레! 딱 카레면 되니까!!!!
 
피닉스:(빨리 빌라는 네 큰 목소리에 깜짝 놀라 일단 두 손을 모으고.) 그 아이의 카레를 정말 좋아하는구나. 응, 전해졌으면 좋겠네!
 
조커:너도 아마 하치 카레는 감탄하며 먹을 걸!!! 장담해, 하하. 사실 이런 짓 하지 않아도 하치는 내 마음 알 거야. 왜냐하면 우린 거의 가족 같은 존재거든. 뭐든 함께하던...... 하아. (왜인지 가슴이 답답한 기분. 그래, 그랬던 파트너가 하루 아침에 이렇게 되어 버렸으니! 아마 엄청 슬퍼하려나.) ........ (카레 퍼 먹기.)
 
피닉스:으음... 네가 그렇게 말하니까 괜히 더 먹고 싶어져버려, 나는 저승사자라서 먹을 수가 없는데 말이야~.
(어딘가 투정부리는 듯한 말투로. 그 다음에는 너를 위로할까 고민했지만, 네가 카레를 입에 넣자 자연스럽게 입꼬리가 올라가버렸다.)
 
그렇게 카레 그릇을 비우고, 맛있어보이는 음식을 바라보고 있자니,
 
츠바사와 데이트를 하면서 괜찮은 식당에 갔던 기억이 납니다.
 
분명 그 곳에서 고백을 받았었죠?
 
좋은 식당을 찾았다던 츠바사의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합니다.
 
피닉스:...그 식당, 찾는데에만 하루 종일을 썼거든.
 
조커:........뭐, 뭐? (...하필 생각하고 있던 하품쟁이와 곂쳐 들린 네 목소리에 흠칫 놀랐다.)
 
피닉스:(아, 목소리가 새어나왔나. 잠시 멈칫하더니 담담하게 말을 이어) ...라고, 방금 머릿속에서 떠올랐어.
나는 지금 이 모습을 하고 있으니까, 관련된 기억도 점점 스며들어오는 것 같아.
 
조커:...... (그런 너 싸늘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지금 보니 얼굴만 훔치고 있던 게 아니었네. 너 말이야, 진짜도 아니면서 행세 할 생각 마. 남의 애인 가져다가...
저승사자라고 다 용납될 줄 알아? 네가 하품쟁이여서 따라가는 것 같아? 오해 말고, 그냥 본 모습으로 데려가. 데려갈 거면.
 
피닉스:(...) 미안하지만 안 돼. 이건, 그래, 일종의 규칙같은 거라서. 인간을 데려오는 게 쉬운 줄 알아?
죽음 앞에서 인간은 겁이 없어져. 험한 말을 하거나, 매달리거나. 진짜가 생각날 정도로 비슷해져야, 비로소 인간들은 주춤해.
그러니까, 쉽게 말해서 이건 저승사자를 위한 안전 장치같은 거야. 그래서 내가 처음에 계속 말했잖아, 이만 가자고. 거절했던 게 누군데?
 
조커 :그런....... 하, 차암. 규칙이 뭐가 이래? (입 꾹 닫다가...) 죽음 앞에서 겁이 나는 게 아니야. 단지 네가 그 녀석을 따라하는 게 싫을 뿐이라고.
 
피닉스:그건 나도 알지. 그냥 그렇다는 거야. 나도 나름대로 사정이 있다... 라는 거? 뭐, 너에겐 변명처럼 들리겠지만 말이야. 알았어, 그럼 좀 더 확실하게 구분 지을 수 있도록 해볼게.
 
조커:뭐, 그게 최선이라면........ (곁눈질하더니, 조금은 풀리는 얼굴.) 그래도 끝에서 보이는 게 녀석 얼굴이라 나쁘진 않네.
이만 가자고 자꾸 재촉하던 게 누구였지? 가자. 밥도 다 먹었는데~
 
그렇게 여러분은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있으면 점점 쇼케이스 내부의 음식이 줄어드는 것이 보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텅 빈 쇼케이스의 끝에는 작은 무언가만이 남아있습니다.
 
가까이서 바라보니...
 
석류 알입니다.
 
물기가 느껴지는 석류 알 세 개가 놓여져 있습니다.
 
물론 다른 음식들과 마찬가지로 이름표가 놓여있습니다.
 
조커:엉? ......석류?
한 개도 아니고, 세 알이라니. 누구 입에 붙이라는 거야!
(석류 알들을 일단 집어서 바라봅니다... 왜 뜬금없이?)
 
석류는 평범한 석류 같습니다.
 
조커:나 참, 저승은 디저트로 석류를... 그것도 세 알만 주네.
(해명하라는 듯 피닉스 빤히 쳐다보기.)
 
피닉스:(시선을 마주 바라보다가) 날 그렇게 바라봐도... 저건 인간들에게 더 익숙한 이야기잖아?
그러고보니 조커, 조금 전부터 궁금했는데. 다른 건 살펴보지 않는 거야?
 
조커:그래, 알아. 익숙한 이야기.... (무언가 떠오른 듯 가만 석류알 바라보다가.) 아, 뭘 말이야? 이름표?
(석류알이라 적혀 있겠지, 그럼. ...별 생각 없이 이름표도 들어 바라봅니다.)
 
슬쩍 바라본 이름표에는 이렇게 적혀있습니다.
 
[ 가엾은 페르세포네 ]
 
피닉스:딩동댕~, 이걸 떠올렸지? 정답이야.
 
조커:........석류는 저승의 신 하데스가 페르세포네에게 준 과일이야. 그걸 먹었기 때문에 이승으로 가지 못했다는 걸 생각하면...
가엾다고 칭하는 것까지 되게 꺼림칙한데. 안 먹어도 되는 거 맞지?
 
피닉스:(질문이 끝남과 동시에 빠르게 말을 건네) 그럼, 안 먹어도 돼. 그건 전혀 중요하지 않으니까.
 
조커:그래! 되게 흔쾌히 답하네. ...사실은 네가 먹고 싶었던 거야~? (씨익 웃으며...)
세 알 정도는 양보해 줄 수 있어! 하하하.
 
피닉스:글쎄, 달고 신 건 별로지만 네가 양보해줬으니 받아버릴까? (농담조로) 사실, 저승에서 사자에게 무언가를 양보하는 사람은 처음 보는 것 같아. 조금 신기하네~.
 
조커:차암, 입맛도....... (단 것 싫어하던 모습 떠올리고.) 그 녀석이라면 빨간 거니까 무조건 매운 거라고 생각했을 텐데~.
그으래? 하하! 나 처럼 착한 인간 별로 없다니까. 잘 대해~
 
피닉스:(...) 빨간색은 곧 맵다라는 건가... 처음 들어보는 발상이야. 특이하네, 네 애인은.
그래 그래, 착한 인간이니까 정중하게 모실게~.
 
다시 아무것도 없는 어둠입니다.
 
멀리 보이는 빛은 조금 가까워진 것 같습니다.
 
빛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죽음 뒤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이어지는 정적 속에서, 다시 츠바사가 입을 엽니다.
 
피닉스:조커, 내가 처음에 너를, 너를 필요로 하는 세계로 데려갈 거라고 했던 거 기억해?
 
조커:그래, 기억나. 저승에서는 날 필요로 하나 보지? 거긴 밤을 빛낼 괴도가 없나 보다~
 
피닉스:그렇네, 그 세계에는 네가 필요하니까. 너만큼 멋지게 밤을 빛낼 괴도가 거기엔 없거든.
그래서 하는 말인데, 만약 다시 태어난다면 뭘 하고 싶어?
 
조커:다시 태어난다면.....?
난 하고 싶은 건 전부 하던 사람이야. 다시 태어나도 똑같을 걸! 괴도로 살아가는 건.
 
피닉스:흐음~, 그렇구나. 이렇게 걷다보니까 조금 호기심이라는 게 생겼거든.
인간에게 있어서 죽음 뒤에 다른 세계로 간다는 건, 다시 태어난다는 것과 다름이 없을 테니까.
 
계속해서 나아가다보면 발 밑에 붉은 장미 꽃잎이 하나 둘 보입니다.
 
꽃잎은 나아갈수록 점점 더 많아지더니,
 
어느 새, 바닥을 가득 채울 정도의 양이 되었습니다.
 
발 밑이 온통 붉다고 느껴질 때 쯤,
 
장미 꽃잎더미 위에 놓인 반지 케이스와 편지봉투가 보입니다.
 
장미 꽃잎들은 반지 케이스와 편지 봉투가 놓인 곳에서 끊겨 있습니다.
 
조커:갑자기 웬 장미야? 장미는... 어우, 왜 이렇게 많아. (꽃잎 조심히 밟으며 걸어가다 끝에 보이는 반지 케이스와 편지봉투.)
이건 또 뭐래. (반지 케이스 먼저 열어봅니다.)
 
안에는 큐빅이 박힌 은색 반지가 들어있습니다.
 
평소에 접수하던 귀한 보물들과는 느낌이 많이 다르네요.
 
관찰력 판정
 
조커: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84
판정결과: 실패
 
이런, 괴도답게 감정해볼까요?
 
조커:
감정
기준치: 50/25/10
굴림: 50
판정결과: 보통 성공
 
역시 천재 대괴도를 막을 수 있는 건, 이 세상에 없나봅니다.
 
살펴본 반지는 꼭 커플링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심지어 당신의 약지에 잘 맞을 것 같습니다.
 
조커:보석 반지라니 웬 떡이냐! (흐흐흐.)
그런데 이거 꼭... 커플링 같구만. (빤히 보다간... 제 약지에 껴 봅니다.)
 
피닉스:커플링이라, 그렇구나. 그런 걸 커플링이라고 하는 거구나.
 
조커:그런 편이지? 반대쪽이 없으니 뭐, 커플링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겠지만~ (약지의 반지 요리조리 보며.) 히야, 잘 어울리네. 역시 나야!
(보석 한참 감상하다가~ 편지봉투 열어봅니다.)
 
장미 꽃잎처럼 붉은 편지봉투입니다. 안에는 흰색 편지가 두 번 접힌 채 들어있습니다.
 
조커:붉은...? (내용이 궁금해진다. 서둘러 두 번 펼쳐서 읽어봅니다.)
 
핸드아웃 공개
 
조커:.........하품쟁이가 적은 거잖아, 이거. (묘한 표정으로 편지 뚫어져라 바라보다가...) 다시 태어나도 서로를 알아 볼 거라고... 그런... (자신이 죽었다는 실감이 물 밀려오듯 느껴진다. 그렇구나. 그 녀석은 지금 이승에서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가슴 아리는지 표정 찌푸렸다. ......사랑해. 마지막 단어는 들릴 듯 말듯 한 목소리로 읽어도 보고.)
 
그래요. 어떻게 잊을 수가 있을까요.
 
편지의 내용과 함께 츠바사와 커플링을 맞추었던 그날이 떠오릅니다.
 
마침 기념일이라 편지도 함께 받았던 것 같은데...
 
그런에 말이에요, 조커.
 
편지의 내용이 정말 이거였던가요?
 
지능 판정
 
조커: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96
판정결과: 실패
 
흠, 잘 생각해보니, 역시 편지의 내용은 이게 맞았던 것 같습니다!
 
편지를 받고 감동했던 기억이 나네요. 여기서 이 편지를 다시 보게 될 줄이야...!
 
밀려오는 감동 사이로 옆에 있던 츠바사의 손가락이 눈에 들어옵니다.
 
빛나는 무언가가, 자세히 보니.... 어라? 반지입니다.
 
당신의 왼손 약지에, 그리고 반지 케이스에 들어있는 것과 똑같은 반지가 끼워져 있습니다.
 
조커:......뭐야? (성큼 다가가 네 손 덥석 잡아 올리고, 약지를 확인합니다. 똑같은 반지잖아.)
네가 이걸 왜 끼고 있어?
 
피닉스:(잡힌 손을 한 번 보고, 무덤덤하게 말을 이어간다.) 그거야 당연하잖아, 나는 지금 이 모습이니까.
무슨 반지인지 계속 궁금했는데, 설마 커플링이었을 줄은 나도 몰랐어.
 
조커:.......옷 차림은 바꿨으면서, 반지는 그대로란 말이지.
(여간 기분 좋지만은 않은지 노려보듯 하며 반지 빼 버리려 하다가... 이승의 진짜 피닉스도 반지를 끼고 있을 거란 생각에 그만둡니다.)
 
피닉스:난 이게 어떤 물건인지 자세히 몰랐으니까. 정말이야, 저승에서 준비한 물건일 가능성도 있고, 함부로 버릴 수가 없었어.
네가 화내는 이유는 그거지? 나한테 그랬잖아, 진짜인 척은 하지 말라고.
걱정하지마, 내가 정말 네 애인 자리가 탐이 났다면.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반지부터 보여줬을 거야. 날 진짜라고 믿게 했겠지.
 
조커:........일리 있네. (네 주장 가만 들으며, 반지에 눈 두다간.) 그래~ 알겠어. 넌 사정도 얘기했으니 더 이상 언급은 안 하도록 노력해볼게.
버렸다면 더 짜증 났을지도 모르겠다! (농담인 듯 쿡 웃더니.)
 
피닉스:응! 어떡하나 싶었는데, 믿어줘서 고마워. (안심한 건지 밝게 미소짓더니) ...아, 이건 지금 할 말은 아니긴 한데.
이 다음에 나오는 장소는, 너같은 망자의 입장에서 보면 많이 잔인한 구간이야. 모두가 거기서 매달리고 울고, 난리도 아니지.
도망치는 인간도 있어, 네가 그럴거라고는 생각하지도 않지만, 어둠 속을 홀로 떠돌고 싶은 게 아니라면. 손 잡고 가도 될까?
 
조커:윽, 뭐 어떤 곳이길래 그래? 내가 보통 사람들처럼 흔들릴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야.
(아무렇지 않다는 듯 대꾸해 보이고는, 손 내미는 네 얼굴 빤히 쳐다보다가... 에라 모르겠다. 제 손 올립니다.)
 
피닉스:(진짜 잡아줄 거라고는 생각 못했는지, 눈을 몇 번 깜박거리다 이내 손을 꼭 잡으며.) 응,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렇게 나아간 길, 빛이 좀 더 밝아지고 가까워진 것 같습니다.
 
당신의 끝도 다가오고 있다는 뜻일까요?
 
당신의 끝을 예상하고 있자니, 또다시 츠바사가 말을 걸어옵니다.
 
피닉스:조커, 저승사자로서 마지막 질문이야. 너는 사후세계가 정말로 있다고 생각해?
 
조커:원래는 안 믿었는데, 이런 걸 다 보여줘 놓고 어떻게 생각하냐 물어보는 거야? 애초에 네 존재부터가 저승사자라며.
네가 말하는 그, 나를 필요로 한다는 세계 말이야. 죽어서 그 곳에 가는 거니 사후세계라고 볼 수 있지 않겠어? (뭐 이제와서 이런 질문이냐는 듯 바라봅니다.)
 
피닉스:(...) 아니, 조금 달라. (눈에 띄게 단호한 표정을 짓지만, 목소리만큼은 담담하게) ...없어, 천국도 지옥도, 극락도 저승도, 그런 건 없더라.
 
그게 무슨 말이냐고 되묻기 전에, 이윽고 눈 앞이 환하게 밝아집니다.
 
멀리서부터 강한 빛으로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던, 그것은...
 
장례식장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제단 꽃장식.
 
그 한가운데에는 당신의 얼굴이 담긴 영정 사진이 보입니다.
 
아, 새삼스럽게 죽음을 실감합니다.
 
나는 정말로 죽은 걸까?
 
츠바사를, 친구들을, 가족처럼 소중한 제자를 홀로 남겨두고 정말로 죽어버린 걸까?
 
SANc 0/1
 
조커:
SAN Roll
기준치: 59/29/11
굴림: 4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 감소 없음.
 
피닉스:그 사진에 손을 대면, 너는 너를 필요로하는 세계로 가게 될 거야.
그 사진만이 유일한 길이니까. 절대 망가뜨려서는 안 돼. 망가지면 너는 그곳을 갈 수 없어.
그 외에는 자유롭게 살펴봐도 좋아.
 
조커:........아, 나 진짜 죽은 건가. (멍하니, 얼빠진 표정으로 재단 꽃장식과 영정 사진을 바라보다 새삼스럽게 내뱉는 말.) .........
네가 말하는 그 곳보다, 더욱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은 내가 있던 곳이야. 나.... 돌아가야겠는데... (네게 고개를 돌렸음에도 허공을 응시하는 듯한 눈빛.)
 
피닉스:...그것 봐, 이곳은 참 잔인하다니까. (시선을 피하며 혼자서 작게 중얼거렸다.)
 
당신이 바라본 꽃장식, 밝은 빛을 내고 있는 흰 국화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광원은 이 국화였던 것 같습니다.
 
무척이나 강한 빛을 내고 있지만 이상하게도 빛이 시야를 방해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영정 사진, 이건 평범한 갈색 액자로 된 사진입니다.
 
액자 안에는 정면을 응시하는 당신의 사진이 있고, 투명한 액자 유리로 덮혀있습니다.
 
그런데... 보다보니 뭔가가 이상합니다. 이 사진 속의 사람, 정말로 당신인가요?
 
영락없는 당신 같지만 무언가가 다릅니다.
 
당신과 매우 닮았지만, 어쩌면 정말로 당신일지도 모르지만...
 
한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갑니다.
 
이건 당신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것.
 
조커:...잠시만, 내가 아닌 것 같은데? 저 사진.
닮았지만 나라기에는.... 뭔가 다른 느낌이...
 
그래요, 사소함에서 비록된 의문이지만 어쩐지 떨쳐낼 수가 없습니다.
 
현실 인지를 위해, 이성 판정.
 
조커:
SAN Roll
기준치: 59/29/11
굴림: 1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기억났어요, 당신은 츠바사에게 식당에서 고백을 받지 않았습니다.
 
좋은 식당을 찾았다던 츠바사의 목소리를 들었을 리도 없죠.
 
그 디자인의 커플링도, 그런 내용의 편지 역시 처음 봤던 것입니다.
 
이건 모두 당신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의 기억이에요.
 
영정 사진 속 얼굴도 당신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입니다.
 
확신할 수 있어요.
 
...죽은 건 당신이 아닙니다.
 
조커:.............잠시만. 좀 혼란스러운데. (...)
내가...............아니었잖아?
 
피닉스:...아니라고?
 
조커:죽은 거 말이야. 내가 아니잖아!
 
정말, 순식간이었습니다.
 
당신의 몸은 균형을 잃고 그대로 바닥에 고꾸라집니다.
 
얼얼한 통증도 잠시, 시야에 츠바사가 들어옵니다.
 
당신을 밀치고 그 위에 올라타 내려다 보고 있는 츠바사가.
 
그리고 빛에 반사되어 반짝거리는, 츠바사의 손에 들린 날카로운 칼까지.
 
피닉스:아니야, 이건 너야... 다른 세계의 너도 너란 말이야.
내가 아는 의 기억을 갖고 있다면, 너도 가 되는거야.
있잖아, 나도 처음에는 받아드리려고 했어. 그야, 그렇잖아. 인간들은 나보다 훨씬 수명이 짧으니까.
작은 상처에도 쉽게 죽고, 잠깐 자고 일어나면 흔적도 없이 사라져. 그러니까 괜찮다고, 예상했던 일이니까,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다고.
그저 네가, 잭이 마지막 순간에 삶을 후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원했던 대로 행복하고, 즐거운 삶이었다면, 나는 그걸로 만족한다고.
하지만 아니었어. 죽음이라는 것이 이렇게 괴로울 줄 몰랐어. 이 세상에 천국같은 건 없어, 죽으면 전부 끝인 거야.
 
피닉스:몇 천, 몇 만 년을 기다려도, 잭과 나는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는 거야.
무서웠어, 네가 내 인생에서 찰나에 불과하다는 게. 실감이 났어, 이젠 네가 내 곁에 없다는 게.
옛날에는 혼자라도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함께라는 게 오히려 귀찮았는데.
네가 알게 해준 거야,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그리고 떠나버렸지, 이젠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나를 두고.
시체라도 찾았으면 얼마든지 되살렸을텐데. 나에게는 그것조차 허락되지 않았어.
네 뒤를 따라갈까 고민하다가 알게 됐어, 전부 되돌릴 수 있다는 걸.
 
피닉스:영혼만 있으면 된대. 영혼만 있으면 잭을 되살릴 수 있어.
(...) 그래, 맞아. 너는 죽지 않았어. 죽을 예정도 아니야. 죽은 건 평행세계의 너, 너에게는 타인이나 다름없는 사람.
이 상황이 억울하다고 생각해? 아니면 죽지 않았다고 안심하고 있어? 괜찮아. 말했잖아, 영혼만 있으면 된다고.
이미 네 기억에는 잭의 기억이 스며들고 있어.
그리고 드디어 여기까지 왔어. 나는 너를 데려갈 거야, 너를 죽여서라도.
 
조커:.........윽. (바닥과 부딪힌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칼날에 비치는 빛을 마주한 채 그대로 몸이 굳었다. 그 뒤로 네 입이 읊조리는 믿기 힘든 내용의 말들을 잠자코 듣더니 이내 천천히 미소 지으며.)
웃기시네. 그래서 너는 나를 죽이고 네 세계의 나를 살리려던 속셈이었어?
네가 얼마나 오랜 시간 외로워하며 나를 기다렸는지 잘 알겠어. 하지만 너는 말이지.... 날 죽이지 못해. (말하며 자신을 향해 칼을 쥔 네 손목을 그러잡았다.) 나는 조커고 잭이잖아. 네가 나와 그를 똑같이 보고 있는 한... 그리고 네가 다른 세계에서 왔을지언정 진짜 하품쟁이라면. (...) 내가 조커라서 잘 아는데, 조커는 다른 세계의 자신을 죽이면서까지 죽음에서 일어나고 싶어하지 않을 걸.
 
피닉스:맞아, 네 말이 맞아. 분명 싫어하겠지. 생명은 무척이나 소중한 보물이니까.
어쩌면 그가 다시는 날 안 보겠다고 할지도 몰라. (잡힌 손이 조금씩 떨리는 듯 하다)
하지만 모르겠어. 나는 인간들이 말하는 영원의 가까운 존재니까. 내 생명은 유한하지 않으니까. 그래서 더 모르겠어. 죽음이란 건 왜 존재하는 거야?
그렇게 잘 알고 있다면, 알려줘. 네가 없는 세계에서 나는 어떡해? 이대로 나 혼자 잭을, 몇 만년이 넘는 시간 속에 묻어두면 돼?
 
조커:죽음이 왜 존재............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듯 눈을 두어 번 깜빡였다. 네 눈 속에 투명하게 비치는 저를 바라보다간.)
뭐... 게임도 게임 오버라는 끝이 있듯 모든 건 말이지, 끝이 있기 마련이야. 인간도 마찬가지고. 하지만 끝이 있기 때문에 더 최선을 다해 무언가를 하는 법이잖아. 아마 너랑 나의... 사랑도. (그랬겠지. 시선에서 슬픔 비쳐 내보였다.) 아하, 내가 없는 세계라니! 정말 재미 하나도 없겠는데~. 그래도 다시 생각해 보면 우리의 오늘 이 만남으로 네 외로운 시간이 끝이 난 거 아닌가? 끝이 있으니 네가 기다려 온 시간은 가치있는 거고, 그 끝에 나를 만났으니 지금까지 네가 시간 속 묻어둔 나라는 존재가 무의미하지만은 않은 거지.
진작 말하지 그랬어. 널 위해 죽는 것 말고... 너와 함께 있어 주는 것 정도는 할 수 있는데.
 
피닉스:나에게는 끝이 없었어, 나같이 끝이 없는 우주를 여행하는 일이 옛날의 나에겐 전부였어. 그러다가 너를, 잭을 만난 거야.
태어나서 처음으로, 난 진심으로 행복했어, 잭을 진심으로 사랑했어. 잭 뿐만 아니야, 잭이 사랑한 모든 것도...
끝내 고향를 저버리고 지구를 내 종착역으로 삼기로 했어. 그랬는데, 그런데, 잭은 지구를 떠났어.
(숨을 한 번 삼키고) 맞아, 여긴 정말 무척이나 재미가 없어. 가치 있는 시간은 추억이란 이름으로 심장을 도려내. 영원을 바라며 매달리는 인간들보다 잔인하게.
...나랑 함께 있어주겠다는 건 어떤 의미야? 무의미하지만은 않다는 건 무슨 뜻이고? 진심이야? 아니면 무심코 나와버린 동정?
난 알아, 사실을 말해도 분명 달라지는 건 없었을 거야. 그야 넌, 나보다 네 츠바사가 더 소중하잖아.
 
조커:네가 말했잖아. 다른 세계의 나도 나라고. 나는 나고 너는 너야. 잭과 하품쟁이라는 사실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고. 서로 공유했던 기억이 다르다 해도 뭐가 중요해?
하품쟁이, 난 말이야, 어줍잖은 동정으로 뭔갈 하는 사람이 아니거든. 늘 진심이었어. 괴도 일, 그리고 카레를 먹는 것도, 또 너랑 함께하던 시간들도. 그 잭도 똑같았을 테야. (뜻 여린 숨 내쉬며.)
너 말야, 그렇게 따지면 네가 정말 소중히 여기는 사람은 이미 죽어버리고 없는데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야? 넌 나보다 네 조커가 더 소중할 텐데. 뭐... 그리 소중한 게 사라졌으니 이렇게 해서라도 다시 만들겠다 그건가? 하하. (말하며 웃더니, 잠시 침묵했다.) .......그래, 나도 가끔 생각해 왔어. 내가 죽어버리면 불멸인 츠바사는 어떻게 될까. 나는 지금 끝까지 책임지지 못할 사랑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 라고. 널 보니 다시금 상기되네.
그렇다고 보냈던 시간들을 후회하진 않아. 난 죽는데도 죽는 게 아니잖아. 네가 마음 속에 품고 있으니 네 안에서 살고 있는 거지. 기억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무척 소중한 거니까.
 
피닉스:(네 이야기를 듣고 희미하게 미소짓다가) 아, 하하... 아니, 거짓말이야. 동정이잖아. 너는 내가 함께해달라고 매달리면 거절할 거잖아, 안 그래?
정말로 소중한 사람을 두고, 여기서 뭘 하냐고? 반대야, 정말로 소중하니까 이렇게 온 거야. 그래, 네 말처럼 나는 소중한 걸 되살리려고 온 거야. 그만큼 사랑하니까.
내 기억 속의 너는 늘 자신만만했어. 자신은 쉽게 죽지 않는다고, 그러니 최대한 오래오래 살자고. 그리고 바람처럼 사그라졌어. (칼을 잡은 손에 조금씩 힘이 들어간다.)
지금도 그래. 기억이 다르다고 해도 뭐가 중요하다든가, 마음 속에 있으니 살아있는 거라든가. 너는 현실의 나는 봐주지 않는구나. 괜찮아, 이해까지는 바라지도 않았으니까.
 
조커:(네 말에 눈썹 살짝 찡그리며.) 그렇게 네 맘대로 판단하고 결정지을 거면, 물어보지도 마.
....생각나? 네가 항상 이해가지 않는다고 했던, 인간들의 행동 말이야. 어째서 손에 피를 묻혀가면서까지 꾸역꾸역 살아가고 싶어 했을까? 그건 미련 때문이야. 삶에 대한 미련. 행복한 순간을 떠나고 싶지 않아 하는 그 마음은 지금의 너랑 닮았네. 물론 난 그런 사람들을 이해하지만, 존중해 줄 마음은 없어. 한 곳에 계속 머문다는 건 불가능하잖아. 시간은 흐르고, 그로 인해 바뀌는 것들은 많아. 그 흐름을 인정해야 비로소 자유로워 지는 거라고.
넌 그런 내가 좋았던 게 아냐? (천천히 내려오는 칼을 바라보다가...흔들림 없는 얼굴으로 당신의 눈에 자신의 눈을 똑바로 맞춥니다. 힘이 들어가는 네 손목에 비해 자신의 손아귀는 네 손을 감쌀 목적만 있다는 듯 움직이지 않고.)
 
피닉스:그렇네. ...미안해, 내가 괜한 말을 꺼낸 것 같아. 오랜만에 만난 네게, 우스운 응석이라도 부리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르지.
덕분에 미련이 뭔지 알게 됐어. 나는 분명, 예전처럼 살지 못 할 거야. 하지만, 하지만 말이지, 이건 알겠어. 나는 그 누구보다 인간적인 마신이 될 거야.
새는, 한 번 길들여진 새는, 자유롭게 방생하면 안 돼. 위험한 것들 투성이니까, 제대로 사는 것부터가 불가능해. 야생으로 더는 돌아갈 수 없어.
잭, 아니, 조커. 끝이 없는 것에도 가치가 있다고 믿어? 이건 내가 살기 위해서야, 끝이 없는 내 생명도 보물이 될 수 있다면, 괴도로서 그걸 이어나가는 게 올바른 도리겠지.
걱정마, 너는 죽지 않아. 너는 내 세계에서 계속 살아가게 될 거야.
 
당신을 내려다보던 츠바사는 무척이나 괴로운 표정으로 칼을 높게 치켜듭니다.
 
어느새 눈물이 고이기 시작한 츠바사의 눈에 당신이 비칩니다.
 
당신을 내리누르는 츠바사 때문일까요, 죽음 앞의 본능적인 공포심 때문일까요?
 
평소라면 망설임 없이 돌파했을 위기상황임에도, 몸이 움직이지 않습니다.
 
이렇게 정말 죽는구나.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한 사람에게 죽는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눈을 질끈 감은 찰나,
 
챙그랑!
 
무언가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감았던 눈을 천천히 뜨고 나면, 눈물로 엉망이 된 츠바사의 얼굴이 보입니다.
 
손에서 놓친 건지 칼은 바닥에 떨어져 있습니다.
 
흐느끼는 소리가 정적이었던 공간을 채웁니다.
 
그에게 물은 치명적일텐데, 그는 그동안 얼마나 많은 눈물을 쏟았을까요.
 
피닉스:...안 돼, 못 해. 내가 어떻게, 이런 상황이라고 해도 어떻게 너를... 직접, 죽일 수 있겠어.
 
조커:(목에 서릴 차가운 감각을 기다리다 질끈 감았던 눈을... 천천히 뜹니다. 다시금 펼쳐진 시야에 비치는 네 흐느낌에 입술을 꼭 깨물며 한동안 말이 없다간.)
.......그래, 네가 어떻게 날 죽이겠냐.
 
피닉스:(너를 잡고 있던 손을 놓고, 천천히 거리를 둔다.) ...부탁이야. 나랑 같이 가주면 안 될까? 역시, 혼자는 너무 외로워, 어둡고 깊은 물 속에 잠겨 있는 것만 같아.
무서워, 나에겐 네가 필요해. 네가 원하는 평범한 일상들, 여기서도 충분히 다 할 수 있어. 다른 세계의 너도 너라면, 다른 세계의 나도 나잖아.
네가, 네가 나한테 그랬잖아. 오늘 이 만남으로 외로운 시간은 끝이라고 말했잖아. 끝에서 너를 만난 거라고 했잖아.
(...) 그냥 처음에 솔직하게 말했으면 좋았을까? 그랬다면 너는 내 곁에 있어준다고 했을까? 버리지 말아줘, 지금의 나를, 추억이라는 새장 속에 넣지 말아줘, 조커.
 
조커:....... (느리게 털고 일어나 너를 똑바로 응시했다. 젖은 눈동자가 평소보다 더 빛나는 듯 하고.) 그래, 혼자 살아간다는 건 슬프고... 외롭고, 너무 힘들어. 나도 혼자였던 적을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아리거든. 그런 깊은 물 속에 널 두고 있자니 되게 마음 아프다. 진심으로... (목 막히는지 침묵을 사이에 두고.) 그래도... 정말 미안한 말이지만 난 아직 네 세계로 갈 준비가 되지 않았어.
내 세계에, 네가 한 명 더 있거든. 내가 죽어버리지 않는 이상 그 녀석을 두고 어딜 갈 수 있겠어? 약속해 두고 끝내지 못한 게임도 벌써 몇 개가 넘어가는데. (...눈 슬 피하더니, 뒷목 긁적이며.) 그렇지만...! 내가 그렇게 이야기한 건, 네가 지금 존재하는 나에게 위로를 받았으면 하는 마음이었어. 네가 조금이나마 덜 슬퍼할 수 있으면 좋겠다.
넌 웃는 게 얼굴이 낫거든. (다가가더니.... 숨 못 쉴 정도로 꽈악 안아줍니다.)
 
피닉스:(차라리 이대로 네 품에 안겨 익사해버리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 맞아. 너에게는 너만의 내가 있지. 그렇다면 마지막 부탁이야.
이대로는 돌아갈 수 없어. 돌아가더라도 잘 살아가겠다고 장담할 수 없어. 너와 나는 영원히 다시 만나지 못할 거야. 네 그 준비는 분명, 평생 되지 않을 테니까.
(널 밀어내고 칼을 주워, 천천히 네 손에 쥐어주며) 끝까지 책임지지 못할 사랑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든다고 했었지. 널 잃은 날 보고 마음이 아프다고 했었지.
그렇다면 네 애인에게는 그런 결말을 쥐어주지 않았으면 좋겠어. 날 죽이고 내 심장을 가져가 줘, 내 몫까지 영원히 행복하게 살아줘.
그러면 더는 붙잡지 않을게. 매달리지도, 슬퍼하지도 않을게. 네가 그렇게 해준다면...
난 웃는 얼굴이 훨씬 어울리잖아, 그러기를 바라잖아. 그럼 적어도 네 애인은 평생을 웃으면서 살게 해줘야겠지 않겠어?
 
조커:(네 말에, 눈빛이 확연히 흔들립니다. 거의 처음으로. 불멸을 원해 매달리던 필멸자들에게 한 치의 여지조차도 안 주던 네가, 직접 가져달라 부탁하는 것을 들으니.....) 정말......
미안하지만, 네 말을 들어줄 수가 없어. 널 죽이면 불멸만이 아니라 더 큰게 주어진다 해도 난 그리 선택할 거야. 내 쪽의 츠바사, 분명 내가 죽으면 너처럼 많이 슬퍼하겠지. 그걸 생각하면 걱정이 많아지는 게 사실이지만. 그렇지만... 어쩌겠어! 괴도는 생명을 해치지 않으니까.
그리고 내가 어떻게 너를 죽이겠냐? 너도 아카이 츠바사인데.
(...활짝 웃어 보입니다. 우린 애초에, 사랑하기 시작한 그 순간부터 이렇게 될 걸 알았잖아. 이런 결말을 맞게 될 걸 모르지 않았잖아. 그럼에도 사랑하게 된 책임을 지자. 나도 평안히 죽지 못하고, 너도 평안히 살지 못하는.)
 
피닉스:(네 웃음을 제대로 바라볼 수 없었다. 너였으니까. 나에게 영원을 달라고 매달렸던 인간들은 많았지만, 너는 언제나 예외였다. 그래, 감히 누가 너를 막을 수 있을까.
너는 생명을 해치지 않아. 이미 수 십 번은 더 들었던 말이었고, 알고 예상했던 대답인데. 어째서, 이토록 괴로운 감정이 스미는 이유가 뭘까.)
...응, 역시 그렇겠지, 네 신념이 고작 이런 걸로 무너질 리가 없을 테니까. 무리한 부탁이었네. 너에겐 내 생명도 너희 인간들과 같은 무게를 가진 보물이구나.
응, 정말 너다워. 그거 알아? 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자유롭고 곧아. 마치 바람처럼, 그런 너를 좋아했어. 그 바람을 타면, 어디든지 갈 수 있을 것 같았어.
 
조커:나는 말야, 죽는 순간까지도 무너지지 않을 거야. 그게 나고, 네가 말하는 나다운 거니까. '네가 좋아하던 나' 를 직접 없애는 짓을 어떻게 하겠어?
있잖아, 나도 널 항상 좋아했어, 지금까지도... 하지만 내 사랑이 네게 있어 새장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너라는 새를 가둬놓은 새장이 나라면 꽤 괴로울 것 같거든.
그리고 네가 모르는 것 같아서 물어보는 건데, 이건 알아? 나 뿐만 아니라 너 또한 자유로운 바람이야. 우린 그냥 같이 어우러져 하늘을 스치다 서로의 눈빛에 반한 것 뿐이라고.
(...알겠냐는 눈빛으로 바라봅니다.)
 
피닉스:그래, 그럴거야. 그랬을 거야. 그리고 그러길 바랄게. (네 손에 쥐어준 칼을 조심스럽게, 그러나 단단히 고쳐 잡아주며) 잭, 아니, 조커.
...이걸 써, 이젠 작별할 시간이야. 네가 할 일은 하나야. 방금까지의 어처구니 없는 내 부탁보다 훨씬 간단해. 저 사진을 망가뜨리면 되거든. 그러면 너는 돌아갈 수 있어.
네가 그토록 원하는, 너를 그토록 원하는, 사랑하고 소중한 모두의 곁으로. 하지만 저 사진에 네 손이 닿으면 안 돼. 왜냐면, 너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으니까, 그렇지?
(아무것도 모르는 척, 칼을 품에 숨기고. 눈물을 흘리며 널 보내주는 척을 했다면... 분명 너와 앞으로도 함께할 수 있겠지. 그러나 네 진심을 알고 있기에.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것 뿐.)
 
조커:그럴게. 그러고말고. (네 뜻대로 칼을 쥔 손에 힘을 주며... 마지막으로 눈에 담겠다는 듯 네 얼굴을 응시하고.)
아마 죽은 조커도 널 사랑해서 행복했을 거야. 네가 절대로 헛된 추억을 만든 게 아니라는 걸... 꼭 알아 줘, 소중히 간직하고 있어 주라. 준비가 되면 갈테니까, 응. (안심하란 듯 희미하게 웃어 보입니다. 언제나 거짓말은 티가 나지 않았죠.)
....그래, 저 사진 말이야? (잭, 그 기시감이 느껴지던 자신의 사진. 조커는 한 발자국 진심을 다하는 듯 사진을 향해 걸어갑니다.)
 
피닉스:...응, 알고 있어. 그리고 맞아, 그 사진이야. (숨과 함께 미련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은 이렇게 현실로 돌아가고 싶진 않은데. 다시 한 번 네 손을 붙잡고 매달리고 싶은데.)
그럼 소중하게 간직하면서, 기다리고 있어야겠네. 네게 걱정을 끼치는 건 싫으니까. (입에서 나오는 말은 네 거짓말에 대한, 똑같이 거짓으로 얼룩진 화답이었다.)
 
조커:(사진 바로 앞. 사실은 미안하여 복받쳐 오르는 감정을 숨과 함께 삼키며 네 쪽으로 뒤돌아 섭니다.)
(이내 씩 웃어 보이는 표정은 약간의 장난기 여린 듯.) 맞다... 반지 말이야, (왼손 흔들.) 이것도 안 버릴 테니까 너도 그래라, 알았지?
그럼, 나아중에 보자! 그땐 또 그 차림으로 와 주는 거야. 잘 어울리거든, 저승사자 씨.
(잠깐의 이별을 마주한다는 투로 손 가볍게 흔들어 주더니, 네 미련에 칼을 꽂아 넣고 그어내렸다.)
 
피닉스:(너에게 무언가 말하려다가 순간 멈칫했다. 반지, 너는 이미 알고 있었구나. 최대한 입꼬리를 올려 마주보며 웃었다.)
당연하지, 내가 그걸 버릴 리가 없잖아. 가져가는 대신, 나중에 네가 내 옷 골라주는 거다? 잘 어울린다니까, 여러 벌 챙겨놓고 싶어.
(우리의 이별은 이걸로 충분해. 이제 남은 건 전부 자신의 몫, 내가 짊어지고 갈 테니까. 너는 앞으로도, 네가 원하는 곳에서, 네가 원하는 사람들과, 너다운 삶을 살길.)
...잘 가, 조커. 미안했어, 부디 앞으로도 행복해야 해.
 
쨍그랑!
 
액자의 유리조각이 깨지는 소리가 생생합니다.
 
날카로운 칼날에 영정사진 속 당신의, 아니 당신이 아닌 잭의 얼굴이 망가져갑니다.
 
그리고 그 순간, 주변이 온통 어둠에 휩싸입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깊은 어둠 속, 츠바사의 울음소리가 점차 멀어져갑니다.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고,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저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어둠에 익숙해지기 위해 몇 번이고 눈을 깜빡이고 있으면...
 
...
 
시야에 익숙한 천장이 들어옵니다.
 
당신이 누워있는 곳은 당신의 방, 침대 위.
 
어디선가 바람 소리와 함께 찬 바람이 들어옵니다.
 
몸을 일으켜 확인해보면, 창문이 열려있는게 보입니다.
 
바람 때문에 창문이 열린 걸까요?
 
창문을 닫으며 주변을 둘러보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습니다.
 
모처럼 푹 잠들 수 있었는데, 바람소리에 방해받아버렸네요.
 
당신의 잠을 방해했던 건 바람소리 뿐이었죠.
 
그래요, 당신의 삶을 방해했던 건 스쳐지나가는 한낱 바람.
 
언제부터 끼고 있었는지, 누구에게 받았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
 
달빛을 받아 은은하게 빛나는, 이 작은 은색 반지를 당신은 눈치채지 못합니다.
 
자, 이만 잠에 빠질 시간입니다.
 
그리고 눈을 뜨면 평소와 다름없는 일상이 당신을 기다리겠죠.
 
오늘은 유난히 바람 소리가 크네요, 그렇지 않나요?
 
...
 
[ END.2 잘 가, 오늘 죽게 될 너를 바라고 있었어. ]
 
탐사자 생환
 
생환보수 SAN +1d3
 
Fin.